御製勤政門內記懷
영조(英祖) 찬, 1770년(영조 46), 1첩, 필사본, 34.5×18.6㎝, K4-1279
1770년(영조 46) 정월 9일에 영조가 친경과 친잠에 힘쓸 것을 세손(世孫, 정조)에게 권면하는 글이다. 영조가 경복궁에 가서 경성각慶成閣에 걸려 있는 숙종의 친경에 관한 시를 보고, 근정문에서 가마를 잠시 멈추게 하고 세손에게 그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이 글을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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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선정先正 문성공文成公(李珥)이 『성학집요』에서 “전하께서는 (요임금의) 띠풀 지붕과 흙 계단을 마음에 두고, 내전內殿께서는 (마후馬后가) 몸소 무명옷을 입었던 것을 본받으소서.”라고 한 것은 진실로 천고千古의 격언이다. 나는 당시에 혼미하지 않아서 이 구절을 직접 써서 특별히 회상전會祥殿에 걸었으니, 하나는 내 스스로를 권면하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곤전을 면려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이 뜻으로써 경계를 내리니, 왕위를 계승하는 자는 백성의 먹거리가 선농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뒷날 중전이 되는 자는 백성의 의복이 선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 내가 지은 사시시四時詩에서 “백성의 의복과 음식이 오로지 잠업과 농업에 있다.”고 한 것 또한 이 뜻이다. 또한 올해 초에 농업과 잠업을 권면하는 것도 역시 이 뜻이다. 비를 세우라 명하고 특별히 와서 보니, 마음에 불편함이 남아 있어 가마를 멈추고 글을 써서 나의 충자沖子(세손)를 면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