御製深祝油然霈然
영조(英祖) 찬, 1771년(영조 47), 1첩, 필사본, 31.5×16.9㎝, K4-3024
1771년(영조 47) 4월에 영조가 비 내리기를 깊이 축원하는 심사를 읊은 글이다. 내외 4언 30구로 이루어져 있다. 영조는 임금은 백성에게 의지하고 백성은 임금에게 의지한다고 했다. 풍년이 든 해에는 백성이 편안할 수 있고, 백성이 살 곳을 정하면 자신의 마음도 편안할 수 있다고 여겼다. 비가 오지 않아 백성의 농사일을 근심하면서 자기 일로 여겨 축원하였다. 반복적 시구로 간절한 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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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御製 深祝油然霈然 구름이 몰려와 억수같은 비가 내리길 빌다」
嗚呼海東 其誰相依
아아! 해동에 누가 서로 의지하는가?
君依於民 民依於君
임금은 백성을 의지하고 백성은 임금을 의지하네.
歲若豐登 吾民可安
한 해 농사 풍년 들면 우리 백성 편안하리.
民若奠居 吾心可便
백성이 안정되면 내 마음 편안해지겠지.
其雨其雨 其將油然
비야 비야! 먹구름이 몰려들어
其雨其雨 其將霈然
비야 비야! 억수같이 퍼부어라.
其雖油然 予何弛心
먹구름 몰려들지라도 내 마음을 어찌 놓으랴.
其若霈然 予將心弛
억수같이 퍼부어야 내 마음을 놓으리라.
瞻雲瞻雲 望雨益深
구름을 바라보고 바라보니 비를 바라는 마음 더욱 깊어지고
瞻雲瞻雲 望雨深切
구름을 바라보고 바라보니 비를 바라는 마음 더 절실해져
皆命承宣 明朝處誠
승선承宣에게 내일 아침 정성을 다하라 명하고
漢南漢北 文皆親綴
한남漢南과 한북漢北에 제문은 모두 직접 짓노라.
今日干支 此心千隕
오늘 간지를 보니 내 마음이 천 길 아래로 떨어지고
明日干支 心將萬隕
내일 간지를 보니 내 마음이 만 길 아래로 떨어지네.
方寸得雨 雖聞古人
마음으로 비를 얻는 일이 비록 옛사람에 있었건만
予本誠淺 何敢望此
내 본래 정성이 얕으니 어찌 감히 이를 바랄까?
其雖誠淺 一心在民
비록 정성이 얕을지라도 한 마음으로 백성을 생각하니
一雨一暘 何敢少弛
비 오고 볕 나는 것에 어찌 조금이라도 나태할 수 있으리오.
本固邦寧 粗聞于昔
근본이 견고하면 나라가 편안하다는 말 옛일로 대략 들었으니
其本維何 寔予元元
그 근본이 무엇인가? 바로 나의 모든 백성이라.
大抵今年 霈澤猶靳
대저 올해엔 비의 혜택이 인색하여
今將復此 三農何諭
지금 이를 회복하려는데 삼농三農에 무슨 하유를 하겠는가.
其雖貼身 心在郊野
내 비록 몸을 움직이지 못하나 마음은 들판에 있으니
予已誠淺 何云替攝
내 정성이 얕았으니 어찌 섭행하라 하겠는가?
微陽照窓 西風復起
희미한 햇살이 창을 비추고 서풍이 다시 일어나니
八珍雖前 何心下箸
여덟 가지 진미가 비록 눈앞에 있어도 어찌 젓가락 댈 마음 있으리.
此心憧憧 惟望霈然
내 마음 조마조마하니 비가 쏟아지길 바랄 뿐.
此心憧憧 惟望霈然
내 마음 조마조마하니 비가 쏟아지길 바랄 뿐.
水標報尺 憧憧深祝
수표에서 물 높이 보고하기만을 두근두근 간절히 비네.
水標報尺 憧憧深祝
수표에서 물 높이 보고하기만을 두근두근 간절히 비네.
辛卯歲朱明月三十日 成三十句
신묘년(1771) 4월 30일에 30구를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