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개요>

봉모, 조선을 움직인
지혜의 이정표

궁궐에서 태어나 왕실의 주역으로 살아야 했던 조선의 국왕은 어떤 세상을 꿈꾸었을까? 국왕과 세자는 어떤 공부를 통해 무엇을 실천하고자 했으며, 무엇을 후세에 남기고 당부하고자 했을까? 또한 선왕의 유훈을 받들어야 했던 다음 세대의 국왕은 이를 어떻게 성찰의 거울로 삼고, 국가경영에 실현하고자 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오백 년 조선왕조의 대계가 온축된 봉모당奉謨堂의 도서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정조는 영조가 승하한 뒤 영조가 남긴 모훈謨訓 자료를 봉안하기 위해 창덕궁에 봉모당을 설치하였고, 여기에 역대 국왕의 자료들을 모아 봉장하면서 장서의 규모를 늘려갔다. 그리고 봉모당은 조선왕실에서 가장 경외하고 소중한 도서의 봉안처로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봉모당에 보관된 핵심 자료인 훈서訓書類는 역대 국왕이 통치를 통해 경험한 내용과 훈계의 뜻을 담은 책이다. 훈서류는 여러 개의 편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조선의 통치 철학과 국가 경영의 중심축이었던 네 개의 편목을 선정한 뒤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네 개의 편목은 ‘근학勤學’, ‘용현用賢’, ‘애민愛民’, ‘법조法祖’이다. ‘근학’은 학문에 부지런히 힘쓰는 것이다. 국왕과 세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결점을 바로잡고, 신료들을 이끌 수 있는 학문적 소양을 갖추어야 했다. ‘용현’은 어진 이를 임용하여 그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올바른 인재를 등용해야만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애민’은 나라의 근간인 백성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려는 국왕의 의지를 담고 있다. ‘법조’는 역대 국왕의 선정과 유훈을 본받는 사업이다. 역대의 국왕들이 계승한 정치와 교훈을 체득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을 당부한 것이다. 이 네 가지 편목은 조선의 국왕이 다음 세대의 국왕에게 당부하고자 했던 요체이다. 조선의 중흥을 위해 고심했던 역대 국왕들의 노력과 자취, 그리고 지혜의 정수를 봉모당의 도서를 통해 만나보시기를 기대한다.